적금 하나 드는데 30분.."그만 좀 하세요"은행 창구 대혼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첫날
고객·직원 실랑이 잇따라
'상품 가입 시간 평소 3배 이상
펀드 하나 들더라도 투자성향 등
직원에게 일일이 설명 들어야
5분 걸리던 예·적금도 30분 걸려
'대출 2주내 철회'는 부작용 우려
당분간 은행 현장 혼란 불보듯상품 하나 가입하는 건데, 아직도 뭐가 더 남았나요? 설명은 이제 들은 걸로 해주면 안 되나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영업점, 40대 남성 A씨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펀드를 가입하는 과정에서 직원 설명이 1시간 가까이 이어지면서다. A씨는 상담 내내 “시간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죄송하다. 법이 바뀌어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이날 서울 명동 한 은행의 스마트 키오스크에는 상품 가입 중단을 알리는 공지가 붙었다. 가입 버튼을 누르자 ‘금소법 시행에 따른 업무 처리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한시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메시지가 떴다. 일부 방문객은 두리번거리다가 창구를 향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첫날 일선 은행 창구에서는 극심한 혼선이 빚어졌다. 상품 가입에 걸리는 시간이 대폭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직원과 손님 간 갈등이 벌어졌다. 소비자가 가입한 금융 상품을 원하면 손쉽게 철회(계약취소)할 수 있게 되면서 당분간 창구의 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예·적금 드는 데 5분→30분
이날 시행된 금소법은 일부 금융 상품에만 적용하던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 과장광고 금지)를 전 금융 상품으로 확대한 게 골자다. 투자 상품 가입 시 투자 성향 분석 문항 수는 7개에서 15개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고, 판매자는 판매 전 과정을 녹취하는 게 의무다. 예·적금만 가입하더라도 상품설명서와 약관을 모두 출력해 전달해야 한다. 소비자는 상품 가입 7~15일 안에는 단순 변심으로도 계약을 철회할 수 있게 됐다